시 <여름 열매>
아기 우는 소리 위에 옷을 덮었더니 아이 되었고아이 떼쓰는 소리 위에 옷을 덮었더니 청소년 되었고청소년 짜증 소리 위에 옷을 덮었더니 청년 되었고청년 곡소리 위에 옷을 덮었더니 어른 되었다 어른 한 꺼풀 벗기면 곡소리 나고곡소리 한 꺼풀 벗기면 짜증 소리 나고짜증 소리 한 꺼풀 벗기면 떼쓰는 소리 나고떼쓰는 소리 한 꺼풀 벗기면 우는 소리 난다추위에 벌벌 떨면 껴입으리오더위에 뻘뻘 흘리면 휘벗지 아니한가여름 열매 익어도 알맹이 변화 않고겨울 열매 얼어도 알맹이 변화 않고씨앗 또한 무수한 옷들을 입어 보곤봄이 오면 새싹 다시 필 터괜스레 그 봄 다시 오길 기다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