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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아직 소년이던 시절, 그는 분명 외계인과 술래잡기를 했다. 어른들은 믿지 않았지만, 소년이 찾아낸 것은, 소년을 찾아낸 것은 외계인이다.
어른들은 소년의 말을 믿지 않는다. 믿지 않는다기보다, 그들은 소년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지 않는다. 몇몇 어른은, 주로 소년의 어머니는 소년에게 소년의 이야기를 믿는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말뿐이다. 속이 텅 빈 만두같이 흐물흐물하고 맛없는 밀가루 덩어리에 불과하다. 속이 텅 빈 만두라니, 멍청하다. 너무나 멍청한 만두다. 그것은 외계인과 우주인을 혼동하는 것만큼이나 멍청하다.
외계인과 우주인을 혼동하는, 동일시하는 어리석은 사람을 위해 설명하자면, 외계인과 우주인은 다르다, 엄연히 다른 존재다. 이 이상의 설명은 당연히 필요 없겠지만, 아직도 외계인과 우주인의 차이점을 인지하지 못한 어리석고 불쌍한 사람을 위해 다시 한번 말하겠다. 외계인과 우주인은 그들의 단어 생김새만큼이나 다르다. 멍청한 어른들은 상관없다. 그들은 외계인과 우주인의 차이점은커녕, 그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그것을 알지 못하는 멍청한 어른들은 정작 중요한 외계인 대신, 아무래도 상관없는 문제들에 집중한다. 그렇기에 멍청한 어른들은 불쌍한 어른들이다. 그들에게는 외계인이건, 우주인이건, 아무래도 좋다. 그들이 외계인과 우주인에 대해 아무래도 좋듯, 소년에게도 불쌍하고 멍청한 어른들은 아무래도 좋다.
“우주인을 봤다고?”
그것은 소년이 들은 이야기 중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다. 소년을 충격의 소굴에 밀어 넣은 것은 소년의 대화상대, 같이 술래잡기하는 상대다.
“아니, 외계인이야. 그리고 본 게 아니고, 같이 술래잡기한 거야.”
소년은 충격을 뒤로한 채,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게 그거지. 우주인이나 외계인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아. 중요한 건, 네가 나에게 우주인이라고 놀리는 건지 아닌지야.”
“우주인이 아니라 외계인인데….”
소년과 대화를 하는 것은 불쌍하고 멍청한 어른이 아닌, 소년의 또래인 또 다른 소년이다. 소년과 늘 술래잡기를 같이하는 그를, 소년은 편의상 ‘술래잡기 꼬마’라 부른다.
소년과 술래잡기 꼬마의 대화는, 서로 같은 방향을 보고 일직선으로 달린다. 언뜻 보기에는 함께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두 대화는 절대 맞물리지 않는다. 서로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한, 평생 만날 수 없다. 비극적인 일이다, 실로 비극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소년과 정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불쌍하고 멍청한 어른들과 달리, 술래잡기 꼬마는 언제나 닿을 듯 영원히 닿을 수 없다.
“넌 정말 특이한 녀석이야. 아니, 이상한 녀석.”
그렇게 말한 술래잡기 꼬마는 뒤돌아,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어디가?”
“학원 갈 시간이야. 오늘은 과학, 지구가 둥근 증거에 대해 배울 차례야.”
술래잡기 꼬마는 천천히 소년의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그리고 그것이 소년이 본 술래잡기 꼬마의 마지막 모습이다. 결국, 술래잡기 꼬마마저 불쌍하고 멍청한 어른들처럼 소년과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택했다. 지구가 둥글다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쉽게도 그건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소년의 지구는 둥글지 않다. 소년의 지구는, 소년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영원히 뻗어있다. 불쌍하고 멍청한 인간들, 그들은 늘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 그들은 늘 어리석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바보들. 그 끝에 다다르면 기다리는 건 낭떠러지뿐인데, 바보들, 바보들.
소년은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왜 다들 아무 상관 없는 것들에 신경 쓰는 걸까? 그것은 멍청한 짓이란 걸, 어리석게도 왜 깨닫지 못하는 걸까? 소년이 술래잡기 꼬마에게 외계인이라 했는지가 중요할까? 단언컨대 아니다, 전혀 중요치 않다. 여기서 의문을 가진다면, 당신은 멍청하고 불쌍하고 어리석은 인간이다. 분명 세상에는 그런 인간들이 존재한다. 많이, 아주 많이. 그렇기에 소년에게 세상은 너무 따분하다. 조금만 생각하면 바로 알 수 있는 문제다. 소년이 술래잡기 꼬마에게 외계인이라 했는지가 중요할까? 단언컨대 아니다, 전혀 중요치 않다. 소년은 술래잡기 꼬마에게 외계인이라고 하지 않았다. 당연하다. 소년은 외계인에게 외계인이라고 했을 뿐이다. 중요한 건 그거다. 오히려, 그것 말고 중요한 것이 있을까? 없다. 술래잡기 꼬마는 소년밖에 보지 못했지만, 불쌍하게도 소년밖에 인지하지 못했지만, 소년은 봤다, 인지했다. 그 자리에 외계인은 존재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소년 이외의 다른 이들이 소년의 말을 믿는지 안 믿는지 따위를 생각하는 것은 무의미한 짓이다. 불필요한 작업이다, 오히려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시간은 소중하다. 만약 당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다면, 그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있다면, 당신은 축복받은 것이다. 당신은 바보가 아닐 수, 멍청하지 않을 수, 어리석지 않을 수 있다. 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니까. 왜? 외계인이 당신을 찾아갈 테니까. 당신은 외계인과 함께 술래잡기를 할 것이다. 누군가가 이 사실을 믿지 않아도 좋다, 당신이 이 사실을 믿지 않아도 좋아. 소년 또한 자신이 외계인과 술래잡기 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왜? 소년은 외계인과 술래잡기를 했으니까. 소년이 믿던, 믿지 않든 간에 그것은 사실이니까. 진실을 숨기지 마라, 진실은 숨길 수 없다. 불쌍한 어른들은 진실을 잘 숨겼다고 생각한다. 멍청이들, 멍청이들아. 너희가 어떻게 진실을 숨기냐? 그들은, 불쌍한 어른들은, 진실은 숨길 수 없음에도 숨기려 한다. 진실은 숨길 수 없다는 진실을 무시한다, 진실을 숨기지 못했다는 진실을 외면한다. 진실을 숨겼다고 생각하며, 진실로부터 도망치지 마라. 진실로부터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 멍청이야, 멍청한 어른들. 두 눈 똑바로 뜨고 앞을 봐라. 그냥 눈을 감기에는 세상이 너무 아름답다. 세상이 아름답다는 진실을 보고 싶지 않은가? 불쌍해, 불쌍한 어른들. 형형색색 세상을 칠하던 때를 생각해봐라. 행복했지 않은가? 이제는 받아들일 때가 됐다. 색칠 실력에 자신이 없다고? 예쁘게 칠해지지 않았을까 걱정이라고? 그딴 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불쌍하고 멍청한 어른들이, 당신이, 소년과 같은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소년과 같은 경험이 있었다는 진실이다. 그렇다.
소년은 외계인과 술래잡기를 했다.